통화량(M2) 읽는 법 — 돈은 어떻게 늘어나는가

“중앙은행이 돈을 풀었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 인쇄기가 돌아가는 장면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중앙은행이 직접 만들어내는 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습니다. 세상에 도는 돈의 대부분은 은행이 대출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통화량 지표, 그중에서도 M2를 이해하면 “돈이 풀렸다”, “유동성이 말랐다” 같은 표현이 실제로 어느 층위의 이야기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통화량 M2란 무엇인가

돈에는 층이 있습니다.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이 본원통화입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한 현금과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겨둔 지급준비금을 합한 금액입니다. 그 바깥에 M1이 있습니다. 시중에 도는 현금에 요구불예금처럼 당장 결제에 쓸 수 있는 돈을 더한 것입니다.

M2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M1에 만기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 시장형 상품, MMF처럼 약간의 손해만 감수하면 곧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돈까지 포함합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광의통화라고 부릅니다. 경제가 실제로 쓸 수 있는 구매력의 총량에 가장 가까운 지표라서, 물가나 자산가격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됩니다.

돈은 어떻게 불어나는가

교과서적인 설명은 이렇습니다. 은행이 예금 100을 받으면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대출합니다. 그 대출금은 다시 어딘가의 예금이 되고, 그 은행이 또 대출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본원통화보다 훨씬 큰 예금 총량이 만들어집니다.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값을 통화승수라고 부릅니다.

다만 현대 은행 시스템에서 통화승수는 기계적인 상한이라기보다 결과값에 가깝습니다. 은행은 지급준비금이 남아돌아서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빌리려는 사람이 있고 자기자본과 규제 여력이 허락할 때 대출합니다. 지급준비금은 사후에 맞춥니다. 그래서 양적완화로 지급준비금이 폭증해도 M2는 그만큼 늘지 않는 시기가 생깁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미국이 정확히 그랬습니다. 본원통화는 몇 배로 불었지만 대출 수요가 죽어 있어 M2 증가율은 밋밋했고, 그토록 우려하던 물가 폭등도 오지 않았습니다.

흔한 오해

본원통화가 늘면 물가가 곧바로 오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물가로 이어지려면 그 돈이 M2 단계까지 내려와 실제로 쓰여야 합니다. 돈의 양뿐 아니라 돌아가는 속도인 화폐유통속도가 함께 살아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M2가 줄면 곧 침체가 옵니다. M2 감소는 분명한 경고 신호이지만 시점을 알려주는 지표는 아닙니다. 몇 분기 뒤에 효과가 나타날 수도, 다른 요인에 상쇄될 수도 있습니다.

통화승수는 고정된 숫자입니다. 규제 강도, 은행의 위험선호,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에 따라 계속 변합니다. 승수가 떨어지는 국면에서는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넣어도 시중 통화량은 잘 늘지 않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함의

두 개의 M2를 나눠서 봐야 합니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국내 M2다. 국내 M2 증가율이 명목 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면, 그 차이만큼의 돈은 실물 거래가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으로 흘러갈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M2 증가율이 명목 성장률을 밑돌면 자산시장의 연료가 얇아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 M2다. 이쪽은 달러 유동성의 대리 지표에 가깝습니다. 미국 M2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신흥국으로 향하던 자금이 먼저 마르는 경향이 있고, 원화 자산도 그 영향권에 듭니다.

다만 통화량은 후행성이 강한 지표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트리거로 쓰기엔 반응이 너무 느립니다. 지금이 유동성이 늘어나는 국면인지 줄어드는 국면인지, 큰 틀의 방향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M2가 늘면 주가는 오르나요?
장기적으로는 통화량 증가와 자산가격 사이에 느슨한 상관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 수준과 기업 이익이 훨씬 강하게 작용합니다. M2가 늘어도 금리가 함께 오르면 주식의 상대 매력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Q. 한국 M2와 미국 M2 중 무엇을 봐야 하나요?
국내 부동산과 내수 관련 자산을 본다면 한국 M2를, 수출주와 환율, 신흥국 자금 흐름을 본다면 미국 M2를 우선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둘의 방향이 엇갈릴 때가 오히려 중요한 국면입니다.

원자료: FRED — M2 통화량(M2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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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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