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집값은 계속 올랐다.”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저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확인하고 싶어서 1975년부터의 분기별 자료 205개 분기, 51년치를 받아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물가를 빼고 나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왔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쉽게

비유하자면 키를 재는 자가 두 개인 셈입니다.
아이 키가 1미터에서 1.5미터로 자랐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동안 자의 눈금 자체가 늘어났다면 어떨까요. 숫자는 커졌는데 실제로 얼마나 자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돈이 그렇습니다. 1975년의 1만 원과 지금의 1만 원은 다른 물건입니다. 집값이 22배 올랐다는 건 맞지만, 그동안 짜장면 값도 버스 요금도 같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물가만큼을 걷어내고 봐야 집 한 채가 실제로 얼마나 비싸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걷어내고 보니 이렇습니다.
한국 실질 집값의 최고점은 1991년이었고, 지금은 그때보다 30% 낮습니다.
아래부터 숫자로 확인합니다.
어떻게 계산했나
국제결제은행(BIS)이 만들고 세인트루이스 연준(FRED)이 배포하는 주택가격지수를 썼습니다.
| 계열 | 내용 | 관측치 |
|---|---|---|
| QKRN628BIS | 한국 명목 주택가격지수 | 205분기 (1975Q1~2026Q1) |
| QKRR628BIS | 한국 실질 주택가격지수 | 205분기 |
두 계열 모두 2010년을 100으로 놓은 지수입니다. 실질은 명목을 소비자물가로 나눈 값입니다. 51년을 끊김 없이 제공하는 자료라 장기 비교에 적합합니다.
① 51년, 22배 vs 1.67배

| 구분 | 1975Q1 | 2026Q1 | 상승률 |
|---|---|---|---|
| 명목 | 6.26 | 144.84 | +2,213.8% |
| 실질 | 63.25 | 105.65 | +67.1% |
명목으로는 22배, 실질로는 1.67배입니다. 51년 동안입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실질 기준 1.0% 남짓입니다.
차트를 보면 두 선의 모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회색(명목)은 꾸준히 우상향하는데, 분홍(실질)은 1991년에 봉우리를 만들고 내려온 뒤 아직 그 높이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② 실질 최고점은 35년 전입니다
| 항목 | 값 |
|---|---|
| 실질 최고점 | 1991년 2분기 (지수 151.28) |
| 현재 (2026년 1분기) | 105.65 |
| 고점 대비 | -30.2% |
| 고점 회복에 필요한 상승률 | +43.2% |
| 205분기 중 고점 아래였던 분기 | 204분기 |
205분기 중 204분기가 1991년 고점 아래였습니다. 고점을 찍은 그 분기 하나를 빼면 전부입니다.
반면 명목 최고점은 2022년 3분기였고, 현재는 거기서 6.0% 내려온 수준입니다. 명목만 보면 “최근에 좀 빠졌다”인데, 실질로 보면 “35년째 회복 중”입니다.
③ 시대마다 딴판이었습니다

| 기간 | 명목 | 실질 | 연평균 실질 |
|---|---|---|---|
| 1975~1991 | +1,069% | +139% | +5.5% |
| 1991~2001 | -18% | -47% | -6.4% |
| 2001~2008 | +65% | +29% | +3.5% |
| 2008~2019 | +24% | +3% | +0.2% |
| 2019~2022 | +26% | +16% | +5.5% |
| 2022~2026 | -6% | -14% | -4.1% |
세 가지가 눈에 띕니다.
첫째, 1975~1991년이 유별났습니다. 실질로 16년간 139%, 연평균 5.5%입니다. 고도성장기의 특수한 국면이었고, 이후로는 한 번도 이 페이스가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둘째, 1991~2001년의 하락이 컸습니다. 실질 -47%입니다. 명목으로는 -18%에 그쳐서 체감이 덜했을 수 있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반토막에 가까웠습니다.
셋째, 2008~2019년 11년은 사실상 제자리였습니다. 실질 연평균 +0.2%입니다. 명목으로는 24% 올라 “올랐다”고 느꼈겠지만, 물가를 빼면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제가 정리한 결론은 이렇습니다.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명목의 이야기이고, 실질로 보면 오르내림이 반복된 51년이었습니다.
명목 가격이 우상향하는 건 물가가 우상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51년간 명목 22배 중 상당 부분이 화폐가치 하락분입니다. 그걸 걷어내면 1.67배가 남습니다.
이건 집이 나쁜 자산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물가만큼은 방어했다는 뜻이고, 여기에는 거주 가치와 임대수익이 빠져 있습니다. 집은 살면서 효용을 주는 자산이라 주식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이 계산한 건 가격 부분만입니다.
1편에서 미국 30년물 실질금리가 99.8 백분위라고 계산했습니다. 실질금리는 모든 자산의 할인율이고, 부동산도 예외가 아닙니다. 돈의 값이 비싸진 국면이 이어진다면 실질 집값이 1991년 고점을 향해 빠르게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건 숫자가 아니라 제 해석입니다.
중요한 한계
이 계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오해가 없도록 짚어두겠습니다.
- 전국 평균입니다. 서울, 특히 강남권은 전혀 다른 궤적을 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지수로는 지역을 나눌 수 없습니다.
- 물가 대비이지 소득 대비가 아닙니다. 소득이 물가보다 빨리 올랐다면 체감 부담은 이 숫자보다 가벼웠을 수 있습니다.
- 거주 가치와 임대수익이 빠져 있습니다. 실제 보유 수익률은 이보다 높습니다.
- 주택의 질이 변했습니다. 1975년의 집과 지금의 집은 같은 물건이 아닙니다. 지수가 이를 보정하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직접 확인하는 법
원자료: FRED – 한국 명목 주택가격지수 · 한국 실질 주택가격지수
두 CSV를 내려받아 첫 값과 마지막 값을 나누면 상승률이 나옵니다. 실질 계열에서 최댓값과 그 날짜를 찾으면 최고점이, 현재 값을 최댓값으로 나누면 고점 대비 수준이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질이라는 게 정확히 뭔가요?
명목 가격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값입니다. 물가 상승분을 걷어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 기준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Q. 서울 집값도 1991년보다 낮나요?
이 자료로는 알 수 없습니다. 전국 평균이며, 지역별 지수는 이 계열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Q. 그럼 집을 사지 말라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이 글은 51년간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만 계산했습니다. 매수 판단은 거주 필요, 소득, 금리, 지역 등 여기 없는 변수들이 좌우합니다.
이 글은 공개된 원자료를 직접 집계·계산한 정보 제공용 분석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수치는 2026년 1분기 기준이며 전국 평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