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레이션 읽는 법 — 채권이 금리에 흔들리는 크기

같은 국채인데도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어떤 채권은 3% 빠지고 어떤 채권은 18% 빠집니다. 만기가 길어서라고 답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한 답은 듀레이션입니다. 채권형 펀드나 미국 장기채 ETF를 담아본 사람이라면 이 개념을 모른 채로는 자기 포트폴리오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듀레이션이란 무엇인가

듀레이션은 원래 채권에 투자한 돈을 평균적으로 몇 년 만에 회수하는지를 나타내는 가중평균 기간입니다. 원금뿐 아니라 중간에 받는 이자까지 시점별로 가중치를 매겨 계산합니다. 그래서 만기 10년 채권이라도 이자를 많이 주면 듀레이션은 10년보다 짧아집니다. 이자가 아예 없는 할인채라면 듀레이션이 만기와 같아집니다.

실무에서 더 자주 쓰는 것은 수정듀레이션입니다. 금리가 1%포인트 변할 때 채권 가격이 몇 퍼센트 움직이는지를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듀레이션이 8이라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격이 대략 8% 하락한다고 보면 됩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채권 가격은 미래에 받을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커지고, 먼 미래의 현금일수록 더 크게 깎입니다. 30년 뒤에 받을 원금은 3년 뒤에 받을 원금보다 할인율 변화에 훨씬 민감합니다. 듀레이션이 긴 채권이 금리 변동에 크게 흔들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볼록성이라는 개념이 하나 더 붙습니다. 듀레이션은 직선 근사치라서 금리가 크게 움직이면 오차가 생깁니다. 실제 가격 곡선은 아래로 볼록해서, 금리가 크게 내릴 때의 이익이 같은 폭으로 오를 때의 손실보다 조금 더 큽니다. 이 비대칭이 볼록성이고, 듀레이션이 길수록 볼록성 효과도 커집니다.

듀레이션은 리스크 지표이자 동시에 전략 도구입니다. 금리 하락을 전망하면 듀레이션을 늘리고, 상승을 전망하면 줄입니다. 채권 운용에서 말하는 듀레이션 확대와 축소가 바로 이 이야기입니다.

흔한 오해

채권은 원금이 보장되니 안전합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액면가를 돌려받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팔아야 하거나 채권형 펀드처럼 만기가 없는 상품에 투자했다면, 가격 변동은 고스란히 손익이 됩니다. 2022년 미국 장기채가 두 자릿수 손실을 낸 것이 그 사례입니다.

만기가 같으면 위험도 같습니다.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일수록 듀레이션이 길고 금리 민감도가 큽니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낮은 쿠폰의 장기채가 특히 취약한 이유입니다.

듀레이션만 보면 충분합니다. 듀레이션은 금리 위험만 잡아냅니다. 발행자가 돈을 못 갚을 신용위험, 시장이 얼어붙어 팔 수 없는 유동성 위험은 별도로 봐야 합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함의

미국 장기채 ETF는 국내 투자자에게 인기 있는 상품이지만, 듀레이션이 15년을 넘는 경우가 흔합니다. 금리가 1%포인트만 움직여도 15% 안팎의 가격 변동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안전자산을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주식보다 크게 흔들리는 경험은 대개 여기서 나옵니다.

환헤지 여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헤지되지 않은 미국채는 금리 위험과 환율 위험을 동시에 집니다. 원화가 약세일 때는 채권 가격 손실을 환차익이 일부 상쇄해주기도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겹치면 손실이 증폭됩니다.

실무적으로는 상품 설명서에서 유효듀레이션 숫자 하나만 확인해도 위험의 크기를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를 모르고 산 채권 상품은 사실상 크기를 모르는 베팅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듀레이션이 짧으면 무조건 유리한가요?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얻을 수 있는 자본이익도 그만큼 작습니다. 방향을 확신하기 어렵다면 만기별로 나눠 담는 사다리 전략이 대안이 됩니다.

Q. 채권형 펀드의 듀레이션은 어디서 보나요?
펀드나 ETF의 운용보고서, 판매사 상품 페이지에 유효듀레이션 또는 평균 듀레이션으로 표기됩니다. 대부분 월 단위로 갱신되니 매수 전 최신 수치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원자료: FRED — 미국 10년 국채 금리(DGS10)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이나 금융상품의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