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좋다는 말과 경제가 과열됐다는 말은 다릅니다. 성장률이 3%라는 사실만으로는 그 경제가 여유가 있는지 한계에 부딪혔는지 알 수 없습니다. 판단하려면 기준선이 필요합니다. 그 기준선이 잠재성장률이고, 실제 생산이 그 기준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재는 것이 GDP갭입니다.
잠재성장률과 GDP갭이란
잠재 GDP는 한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를 뜻합니다. 노동력의 규모, 자본 스톡, 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공급 측 요인으로 결정됩니다. 공장이 24시간 돌아가고 실업자가 한 명도 없는 극한 상태가 아니라, 무리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GDP갭, 또는 산출갭은 실제 GDP에서 잠재 GDP를 뺀 값을 잠재 GDP로 나눈 비율입니다. 이 값이 양수면 경제가 자기 능력 이상으로 달리고 있다는 뜻이고, 음수면 놀고 있는 자원이 있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작동하는가
GDP갭이 중요한 이유는 물가와 정책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갭이 플러스로 벌어지면 기업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설비는 꽉 차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생산을 늘리는 대신 가격을 올리게 됩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기는 전형적인 경로입니다. 반대로 갭이 마이너스면 놀고 있는 설비와 인력이 완충 작용을 해 물가 압력이 약해집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테일러 준칙 같은 기준식에도 이 갭이 물가 갭과 나란히 들어갑니다. 물가가 목표보다 높고 GDP갭도 플러스라면 긴축 방향, 둘 다 마이너스라면 완화 방향이라는 식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잠재 GDP가 관측되는 숫자가 아니라 추정치라는 사실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값이 아니라 모형으로 계산해내는 값입니다. 그래서 기관마다 수치가 다르고,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개정되면 과거의 갭 추정치까지 통째로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흔한 오해
GDP갭이 플러스면 무조건 금리를 올려야 합니다. 갭이 벌어지는 원인이 중요합니다. 생산성 향상으로 잠재성장률 자체가 올라가는 국면이라면, 겉보기 갭이 플러스여도 물가 압력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은 고정된 상수입니다. 인구 구조 변화, 설비투자 부진, 기술 도입 속도에 따라 계속 움직입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낮아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실시간으로 쓸 수 있는 지표입니다. GDP 자체가 분기 단위로 시차를 두고 나오는 데다 잠재치는 사후 개정 폭이 큽니다. 실시간 매매 신호로는 부적합하고, 국면 판단용 지표로 봐야 합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함의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를 시사합니다. 첫째, 과거 기준으로 평범해 보이는 성장률도 지금 기준으로는 잠재치를 웃도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성장률이 낮다고 해서 통화당국이 반드시 완화적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장기적으로 국내 자산의 기대수익률 전제를 낮춰 잡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명목 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업 이익의 장기 성장 경로와 채권 금리의 중립 수준이 모두 함께 내려갑니다.
실무적으로는 GDP갭 단독보다 PMI, 설비가동률, 고용 지표와 묶어서 보는 편이 낫습니다. 갭 추정치가 개정되더라도 여러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면 국면 판단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GDP갭 수치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미국은 의회예산처(CBO)의 잠재 GDP 추정치를 FRED에서 확인할 수 있고, 한국은 한국은행과 KDI, OECD가 각각 추정치를 발표합니다. 기관마다 값이 다르므로 한 곳의 숫자를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Q. 마이너스 갭이면 주식을 사도 되나요?
마이너스 갭은 완화적 정책이 나올 여지가 크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기업 이익이 부진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갭이 마이너스에서 축소되기 시작하는 국면이 역사적으로 위험자산에 더 우호적이었습니다.
원자료: FRED — 미국 잠재 GDP 추정치(GDPPOT, C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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